뇌 속에 있는 나의 속사람은 어떻게 생겼을까?


2016년 10월 4일

신형철 교수



“너 자신을 알라”고 한 소크라테스의 말이 있다. 나 자신의 진정한 모습을 자기 스스로도 잘 파악할 수 없기에 철학자가 외친 듯하다. 그러나 금방 만난 특정인의 얼굴을 보고 우리는 순식간에 그 사람의 첫인상을 느끼고 어떤 속사람인지를 가늠하기도 한다. 옛날엔 관상쟁이를 만나서 관상을 보고 자타의 인성과 운명을 점치기도 했다. 관상이 비과학적이라고 알려져 있지만 뇌 과학적인 근거가 부분적으로는 있다고 본다. 왜냐하면 얼굴엔 그 사람이 세상에 신경을 쓰며 살아온 모습들이 안면근육의 정적 및 동적인 모양으로 얼굴인상을 가능케 한 신경들의 일생기록으로 남아있기 때문이다. 나의 뇌 속의 속사람은 어떤 모습일까?

얼굴에서 신경정보처리를 하는 부분 중에 가장 큰 것은 안면근육들과 그 위를 덮는 피부다. 얼굴에는 말을 하는 입, 냄새를 맡는 코, 소리를 듣는 귀, 그리고 세상을 보는 두 눈이 있어서 세상과 관계한다. 따라서 시청각, 후각 및 체감각 등 다양한 종류의 에너지 변화를 탐지하는 감지기들이 집중적으로 얼굴에 배치돼 있다. 몸에서 가장 먼 세상은 빛과 소리로 알아내고, 가까운 것은 화학적인 냄새와 피부감각으로 파악한다. 세상을 향해 정보를 내보내는 얼굴 부분은 표정을 나타내는 안면근육과 말을 하는 입이다. 목 밑의 신체에서 정보처리에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곳은 팔과 손으로서 수화로 발전돼왔다. 손가락의 근육을 조절해 글을 쓰기 시작한 것은 기원전 3천년 정도인데, 인류의 출현 이후 전 기간으로 보면 아주 최근의 사건이다. 시간과 공간을 뛰어넘는 글자 정보를 손으로 남기게 되면서 인류문명의 발전이 비약적으로 이루어졌다.

동북아시아 문자로 표현된 사자성어 중에 신언서판(身言書判)이란 말이 있다. 몸, 말, 글, 뇌를 의미한다. 몸은 위에서 언급한 얼굴을 주로 뜻한다고 본다. 말은 뇌의 언어영역에서 만들어져 얼굴의 굴인 입에서 나오며, 글은 손에서 표현되지만 글의 내용은 뇌에서 나온다. 따라서 신언서판은 얼굴과 뒤 쪽의 컴컴한 굴속에 위치한 뇌의 기능을 뜻한다. 보이지 않는 뇌의 기능인 얼이 살아 움직이고 있는 굴이 역설적으로 겉모양이 보이는 얼굴인 셈이다.

대뇌의 운동피질(근육을 조절)과 체감각피질(감각정보를 받아들임)에서 가장 작은 영역은 몸통과 팔다리 부분이며, 가장 큰 영역은 얼굴이다. 그 다음 큰 부위가 손가락 담당 영역들이다. 얼굴 관할 피질 부위 중 가장 큰 영역은 입이다. 뇌 속의 나의 속사람은 입과 손가락이 엄청나게 거대한 반면 몸통은 아주 왜소한 기괴한 괴물이다.

인간은 언어와 도구를 사용하는 면에서 유인원과 확연히 차별화된다. 말과 글을 가능하게 하고 다양한 정보를 융합하고 판단하는 연합영역이 대뇌피질의 거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혀와 손끝을 조절해 사회라는 보이지 않는 뇌와 관계하는 연합대뇌피질 속에 나의 진정한 속사람이 무형으로 살아있다. 입과 손이 거대한 뇌 속의 괴상한 괴물의 몸통을 사회에서 어떻게 굴려 왔는가를 스스로 냉정히 반추해 볼 때 나의 진정한 속사람이 보일 것 같다.